왜 벌써 3월 말?
오랜만이다. 몹시 어이가 없게도 벌써 3월이 거의 끝난 시점이며 곧 4월이 된다. 해가 바뀐 게 어제 같은데 정말 너무 빠르게 1분기가 지나가서 오랜만에 온 김에 Q1 결산 시점의 근황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려고 한다. 왜? 재밌으니까.
근황
봄이 올락말락하는 요즘, 나는 새삼 겨울이 정말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더 깨닫고 있다. 겨울에 진짜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 좋아하는 수영도 통째로 쉬고 연애 생각도 안 들고 너무 추우니까 산책도 꿈도 못 꾸고 항상 피곤하고 그저 매일매일 빨리 집에 가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전기장판에 몸을 노릇하게 구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몇 달 내내 그것만을 인생 목표로 삼아 지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실로 겨울은 무서운 것이다.. 겨울에 상당히 우울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도 많이 느꼈었고.
3월 말이 되어가는 요즘, 물론 눈이 오거나 내일부터 또 다시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날씨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봄이 오니까 정말 살 것 같았다. 이 정도였나. 나 추위 그렇게 많이 타나. 겨울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여하튼 3월이 되면서 무거운 롱패딩을 안 입어도 되고, 그러니까 몸이 훨씬 가볍고, 덜 힘들고 덜 피곤하고, 진짜 갑옷마냥 방어를 위해 입던 두꺼운 옷들을 입지 않아도 되고 코트를 입기 시작하니까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더구나 이제 점심시간에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느긋하게 점심 먹고 나서 산책하고 서점도 가면서 매일 점심이 대체로 행복한 것 같다. 퇴근 후에도 그렇고. 해도 길어진 것도 있고.
여러모로 행복이 다시 올라오는 시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가 암흑뿐이었나? 그건 아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생명력을 비축하면서 도광양회했는데, 어떤 일들을 꾸몄는지 간략히 써 보겠다.
이직
1-2월에 2개 회사의 면접을 봤다. 1월 시무식 때 기분이 너무 나빠서 이직을 정말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있기엔 너무 누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능한 상사 때문에 현타가 왔던 것도 컸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여기 계속 있으면 도태될 것 같은데, 다른 데로 옮기기 어려워질 것 같은데, 하는 조바심과 불안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1개는 떨어졌고 1개는 떨어진 셈 치고 있다. 1차 면접 후 거의 1달 반째 연락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무슨 싸가지인지 모르겠다. 면접 본지 2주인가 3주쯤 됐을 때 인사팀에 메일을 보냈는데 심지어 그 메일에 답변이 없은 채 1달이 지났다. 진짜 대체 무슨 싸가지지? 작은 회사도 아닌데 인사팀이 어떻게 일을 이따위로 하는 것인가. 같은 회사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공고를 냈는데 내가 넥스트 스텝으로 같이 고려하는 포지션이기에 그냥 거기에도 냅다 지원했다. 뭐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첫 번째 회사는 최종 3인에 들고 최종면접을 보고 나서 떨어졌는데 떨어지고 나니 오히려 후련했다. 여러모로 매우 애매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 준비를 하고, 실제로 면접을 경험하고, 또 혼자 설레발떨면서 연봉협상이나 레퍼런스체크에 대해 유튜브로 미리 준비해 둔 것들이 매우 많은 도움이 되어서 훌륭한 제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이 포지션 진행했던 헤드헌터님이 밥을 사 주셨다. 정말 이런일 잘 없는데 좋은 분을 만나서 오랜만에 본인도 동기부여되어서 일을 했다고 하셨다. 동년배 여성분이라 재밌었다. 잡마켓에서 헤드헌터와 지원자는 공생관계이므로, 그런데 지원자 입장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크기 때문에 헤드헌터 대하는 것도 공부하고 알아두면 좋은 것 같다. 유튜브로 많이 배웠다. 정말 유튜브로 모든걸 배우는 것 같다.. 없음 어떻게 살았어.
두 번째 회사는, 위에 썼듯이 솔직히 무슨 싸가지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기다리다가 잊어버리고 일상생활로 돌아온 지 오래다. 그 후에도 링크드인, 리멤버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헤드헌터들과 통화도 많이 하면서 기회를 계속 모색했는데, 오히려 봄이 오면서 현 회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날씨가 좋아지니까 지금 근무지가 또 너무 사기이고 ㅠ 근로소득으로 돈 버는 데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고생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로레알이나 LVMH 같은 곳에서 공고가 많이 뜨고 제안도 오는데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구니의 소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저 길은 내 길이 아냐...... 확실히 fancy해 보이는 곳은 그만큼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문제는 그 희생이 존나 크다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 대표님도 새로 오시고, 나도 팀을 옮기게 되었고, 워라밸도 좋고(앞으로 더 좋아질거고), 월급 뭐 나쁘지 않고, 근무지 좋고, 일 재밌고 내하기나름이고, 사람들 좋고 리더 좋고 한 덕에 그냥 남아 있기로 일단은 생각하고 있다. 물론 링크드인 매일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딱 완벽한 공고를 찾는 건 매우 어렵고 적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에 연습도 하고 시행도 쌓고 제물도 바치면서 천천히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하며 미래를 도모하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약간의 현타와 노간지만 조금 참아보자.
이사
1-2월에 이직준비와 맞물려 이사도 알아봤었다. 새해가 되면서 다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방이 너무 좁아서 이 집에서 더 큰 꿈을 꾸기는 어렵단 생각이 들었고, 옆방에 사는 남자가 미친 기침빌런인 것도 한몫했다. 10개가 넘는 부동산에 문자를 돌리고 2군데 부동산을 실제 보러 갔다.
그러면서 결국 얻은 결론은 지금 사는 곳이 매우 좋은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월세 vs 전세라는 희대의 난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했지만 난 여전히 전세라는 제도가 못 미덥다. 부자가 되려면 월세 살라는 말들도 많아서 혹했다가도, 어쨌든 월세에서 실거주로 갈 수 있으려면 현금이 최소 2억은 있어야 할 테니 당장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청년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은 일단 받아놓자고 생각하고 있다. 주식 코인 투자할 여윳돈은 내돈으로 하고 전세는 대출로 받고. 다만 25년 2월 21일 이후 신청분부터(그리고 사실 그 이전에 신청했더라도 청년버팀목 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금리가 올랐고.. 2년 후 연장할 때 소득을 재심사해서 기준을 넘으면 0.3% 가산금리가 적용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시중보다는 아마도 낫지 않나.. 그리고 금리가 내려갈 테니 그때 되면 좀 더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근데 일단은 아무 생각이 없다. 집 여러군데 알아보고 가보며 현타가 온 것도 있고 사실 이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리스크는 또 얼마나 크고. 사실 직장의 위치가 제일 중요하니까 직장 거취가 정해질 때까지 홀드여서 매우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최신 결론으로는 이직이 당분간 없을 수도 있으니, 그리고 솔직히 앞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지금 근무지 근처로 조건을 달아서 이직할 것 같으니, 일단은 지금 살면서 물색해 둔 역 근처 종종 다니고 네이버부동산 모니터링하면서 천천히 알아보려고 한다.
연애
작년 8월 말에 헤어지고 소개팅을 꽤 많이 했었는데 소득이 없었고(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연애를 할 준비가 되었었나 싶다, 그냥 관성적으로+잊으려고 열심히 찾았던듯), 겨울을 지나면서는 무념무상이 되었었다. 연애가 문제가 아니었음 생존이 문제였음.. 겨울이란 뭘까.. 아무튼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귀찮기도 하고, 혼자 있는 게 너무너무 편하고 좋고, 내 할 일 하기도 바쁘고 하면서 지내다가
최근에 또 날이 따뜻해지면서 연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 인간이란 생존이 보장되어야 연애 생각이 나는것이다..^^
그리고 최근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금 상태가 딱 좋고 지금 상태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러면 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기도 했다. 내 인터퍼스널 스킬과 매력과 지식과 인격과 그리고 체력까지 점점 우상향하고 있다. 최대한 그물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에 나를 노출시키고 시행을 늘리는 게 답이다. 이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다.
공부
비트코인과 거시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 소모임 앱이 진짜 좋다. 한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이 귀중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다른 모임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이번 주에도 그렇게 알게 된 모임에 갔는데 경제 강의에 가까운 포맷이었고 굉장히 많이 배웠다. 나는 진짜 경제에 대해 아는 게 없었구나 하는 겸손함도 가지게 되었고, 그냥 개별 구슬 하나하나만 갖고 있었구나 싶어서 그걸 꿰는 줄과 전체 판의 구조에 대한 그림도 알게 되면 더 잘할 수 있겠구나 하고 미래가 기대되기도 했다.
아무튼 경제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고, 올해는 철학책 과학책 고전책도 더 읽을 거라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심시간, 퇴근 후 시간 잘 활용해야지.
건강/자기관리
2월 초에 드림렌즈를 맞췄다. 근시도 난시도 심하고 얇은 각막 안구건조증 동공크기 눈물량 등 좋지 않은 조건을 아주 골고루도 갖춘 나의 눈 컨디션.. 그리고 겁도 많고 결벽증(?)이기까지 하여 라섹도 안 하기로 한 내 입장에선 드림렌즈가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런데 도수가 너무 높아서인지 하루만 껴도 자꾸 각막에 상처가 나서 눈이 시리고 아프다. 안과에 토요일 오전에 가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마다 도전하는데 진짜 잘 안 돼서 솔직히 짜증나고 좌절스럽다. 지금이 3월 말인데 아직까지도 하루 이상 끼질 못했으니까. 안과가 청담에 있어서 진짜 개먼데 한참 자고 있어야 할 토요일 아침에 매주 왕복 2시간씩 지옥철에 갇혀 있으니 진짜 좀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면 그동안 금요일마다 피곤해서 일단 불을 켜고 잠들었다가 4~5시쯤 꺠어나 렌즈를 끼고 자는 식을 반복했던 것이다. 근데 자다 일어나면 눈이 붓잖아여. 그래서 각막이 부은 상태에서 렌즈를 껴서 상처가 계속 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의사가 말한 것처럼 안구가 건조해서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래서 아무튼 오늘은 반드시 기필코 자기 전에 제대로 잘 끼고 정식으로 취침을 할 것이다. 제발 안경잡이 좀 탈출하자..
1월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가벼운 횟수의 피티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존잼이다. 헬스를 하고 나서 확실히 등/허리 통증이 줄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원래 잘 때 항상 옆으로 돌아누워 양쪽으로 뒤척이며 자곤 했는데 요즘은 그냥 똑바로 누워 자는 게 편하다. 이런 날이 오다니? 이것도 내겐 좀 신세계다. 관짝에 누운 것처럼 팔 올리고 똑바로 누워서 자는 게 제일 좋다던데 노력해보려고 한다. 더 금강불괴같은 내가 되자.
기타
- 브레드앤버터 피노누아 이후로 와인에 좀 빠졌는지 최근 몇 달 내내 위스키도 맥주도 아닌 와인 생각이 자꾸 난다. 참 사람 취향이란 계속 변하는 건가 보다.
- 여전히 식욕이 정말 좋고 정말 잘 먹고 다닌다. 오늘은 시금치면으로 버터파스타랑 가지 구워서 치즈 솔솔 뿌린 가지구이랑 몬테스 클래식 까쇼. 후식으론 녹인 치즈랑 딸기랑 메종엠오 쿠키랑 바나나킥이랑 와인 페어링 중. 개존맛탱...
- 부모님이 자주 보고 싶다.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실체 없는 그리움이 있다 요즘. 아마 좀 살만하니까 봄을 타는 거겠지.
- 사고 싶은 옷 등 다 뭐 사면서 지낸다. 겨울에 예쁜 패딩을 사서 만족도가 높았다. 최근에 타이블라우스 도전해 봤는데 마음에 들었고, 라인이 예쁘고 편한 슬랙스도 샀는데 왜 이제 샀나 싶었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트윌리 스카프가 사고 싶다. 트위드자켓도. 사야지 ^ㅅ^~
- 이제 졸리다. 씻고 눈꺼풀 청소하고 드림렌즈 끼고 자야겠다. 으 망할 안구건조증!
- 하지만 아모르 파티라지요... 운명을 사랑하자.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이번 주말에는 화장실 락스 청소 하고 미용실가서 머리 커트할 것이다. 주변을 계속 정리하며 살아야 한다.
- 전기장판 아직 안 치운거 신의 한 수. 따끈하게 하고 자야지. 호호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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